지도의 경계를 넘어…미래를 여는 '명품학교' | EBS 뉴스 특별기획 : 학교통폐합 3편 | Full 영상 | [2026. 02. 18] 방송
Автор: EBS뉴스
Загружено: 2026-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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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토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
이 좁은 땅에 인구의 절반이 몰려 살고, 나라를 이끄는 100대 기업의 심장부도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서울과 경기가 만들어내는 생산량 나라 전체의 절반을 집어삼킨 시대.
극단적인 쏠림의 지도를 바꾸기 위해, 국가 차원의 대수술이 시작됐습니다.
전국을 5개의 경제 축과 3개의 특별 권역으로 재구성하는, 이른바 '5극 3특' 전략.
핵심은 지역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겁니다.
인터뷰: 이재명 대통령 (지난달 21일)
"국정운영의 순위를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재조정하고, 정부가 지닌 자원과 역량을 완전히 재배치해 대한민국의 성장 지도를 다시 그려내겠다는 야심 찬 시도입니다."
생활권과 경제권을 하나로 묶어 산업과 복지, 교통망을 함께 설계하겠다는 구상.
논의는 연초부터 뜨겁습니다.
대전과 충남을 시작으로 광주·전남, 대구·경북에서도 통합 논의에 불이 붙으며, 대한민국의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습니다.
정부는 내친김에 파격적인 지원 카드도 꺼내 들었습니다.
인터뷰: 김민석 국무총리 (지난달 16일)
"정부는 통합 특별시에 각각 연간 최대 5조 원, 4년간 최대 20조 원 수준의 파격적인 재정지원 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변화는 행정과 산업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지역 성장의 핵심 엔진은 결국 '인재'라는 인식 아래, 대학 교육이 먼저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거점국립대의 역량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는, 이른바 ‘서울대 10개 만들기’입니다.
지역 대학이 우수 인재를 키워 지역기업에 공급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에 의견이 모였습니다.
인터뷰: 최교진 교육부 장관 (지난달 22일, EBS 신년 정담)
"지역의 국립대학이나 사립대, 전문대까지 함께 살려야 한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고 국가 균형성장을 위한 아주 중요한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인터뷰: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 (지난달 22일, EBS 신년 정담)
"‘취업의 남방 한계선이 판교다, 평택이다’ 이런 말이 나올 정도로 수도권에서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지역기업에 취업하지 않기 때문에 지역 대학이 지역기업의 우수 인재를 양성해서 공급하지 않으면 지역기업마저도 지역을 떠나게 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마지막 퍼즐이 빠져있습니다.
내 아이를 믿고 맡길 학교가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젊은 인재들은 언제든 다시 짐을 쌀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배움의 출발점인 초중고 현장은 지금 지역 소멸의 시계가 가장 빠르게 돌아가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실마리는 없을까.
취재진은 교육부의 정책연구 보고서에서 하나의 대안을 찾았습니다.
가칭 '지역 명품학교'.
인구 감소 지역의 작은 학교들을 하나로 묶어, 교육과 문화, 복지가 결합한 거점 학교로 재편하는 구상입니다.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됐습니다.
앞으로 5년 동안 전국 100개 학교를 지정해, 한 곳당 최대 500억 원, 모두 5조 원의 예산을 투자한다는 방침입니다.
초중고등학교 기준으로는 역사상 유례없는 규모입니다.
작은 학교들을 힘겹게 유지만 하는 대신,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교육여건을 대도시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인데, 사실상 10년 만에 돌아온 통폐합 정책입니다.
이렇게 합쳐진 학교는 지역 산업이나 미래 기술과 연계해 탄력적인 교육 과정을 운영하게 됩니다.
인터뷰: 교육부 관계자
"지역의 교육력을 제고시켜서 지역이 같이 살아야 한다. 명품학교든 거점 학교든 이쪽에 더 힘을 실어줄 거고 교부금뿐만 아니라 특별교부금에서도 더 밀어줄 거다, 그래서 확실히 지역에서는 이 학교는 나중에 살아남아서 잘 운영이 돼야 한다..."
이미 변화의 파도를 먼저 탄 곳이 있습니다.
전북 부안의 하서초등학교.
인근의 작은 학교 세 곳을 합쳐 지난해 문을 연 이곳엔 친환경 유리온실과 현대식 도서관이 들어섰습니다.
예산과 인력이 집중되자 대도시 부럽지 않은 특화 교육도 가능해졌습니다.
인터뷰: 유승우 6학년 / 전북 하서초
"일단 편해져서 엄청 좋아요. 넓어지고 편의시설도 늘어나서, 강당도 엄청나게 넓어져서 행사나 체육 활동할 때 편해져서 좋아요. 도서관이 원래 엄청 좁았는데 넓어져서 도서 이용을 편하게 할 수 있어서 좋아요."
한 학년에 서너 명, 때로는 혼자 수업을 들어오던 아이들에게 비로소 새로운 사회가 생겼습니다.
"애벌레 나왔다. 애벌레"
인터뷰: 방소연 5학년 / 전북 하서초
"반에 무슨 일이 생기면 여러 친구가 의견을 내면서 얘기할 수 있는 게 좋았던 것 같아요. (전에는) 일단 의견이 많이 나오지 않다 보니까 좋은 해결 방안을 찾지 못했고..."
세 학교를 하나로 모으기까진 14년이라는 준비가 필요했습니다.
학부모와 지역주민, 동창회까지 발로 뛰며 설득했고, 아이들의 심리적 문턱을 낮추기 위해 주기적인 합동 캠프와 체험 학습을 열었습니다.
학교마다 다른 여건과 문화를 맞추기 위해, 교사들은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교육을 설계했습니다.
인터뷰: 고지현 교사 / 전북 하서초
"일반적인 흡수 통합하고는 다른 경우였어요. 세 학교가 1대 1 통합이라는 목적하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각 학교의 구성원들, 학부모들이나 동창회원들의 모든 합의가 이루어져야만 가능했었거든요. 설득 과정도 오래 걸렸고 부지 선정의 문제도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 지역에서 학교 통폐합은 풀기 힘든 난제입니다.
학교는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 지역사회의 돌봄과 문화, 추억이 깃든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지역의 실정을 고려한 탄력적 설계가 중요합니다.
좋은 교육과정과 물리적 환경도 중요하지만, 결국 운영 주체의 협력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권순형 선임연구위원 / 한국교육개발원
"예전처럼 관 주도형으로 ‘학생 수 몇 명 이하는 모두 통폐합’ 이렇게 가는 방식은 어려울 거라고 봐요. 물론 학령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건 분명히 맞는데 학생 수 몇 명 이하, 그 지역에 살고 있는 학생들의 지리적·환경적·교육적 여건에 대한 고려 없이 ‘기준 이하면 통폐합’ 이거는 옳지 않다고 생각하고요."
수백억 원의 명품학교가 생겨날 때, 거점에서 멀리 떨어진 오지의 소외감이 깊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지금의 선택이 미래에 어떤 변화로 이어질지, 더 긴 안목으로, 구체적인 비전을 지역사회에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터뷰: 이덕난 교육문화팀장 / 국회입법조사처
"과거처럼 폐교 위기인 학교만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 5년, 10년, 15년을 내다보고 그럴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나 학교라면 같이 테이블에 올려놓고, 미래 추계에 대한 분석자료까지 함께 논의해야 하는 거죠."
국가의 지도를 다시 그리는 일은, 결국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지도를 바꾸는 일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제 학교는 사라져가는 마을의 마지막 상징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는 가장 단단한 기반이 되어야 합니다.
10년 만에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통폐합의 시계.
그 방향이 단순히 숫자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이제, 선택의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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