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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강론 [짧은 위령 기도, 연도의 두 시편 해설] 2026년 2월 17일,(이병근 신부) 영흥 성당

Автор: 병근병근 신부

Загружено: 2026-02-16

Просмотров: 4345

Описание: 짧은 위령 기도, 연도의 두 시편 해설(설) - 마리아의 종 수도회 창설자 7성인
https://blog.naver.com/daumez/2241860...

깊은 구렁 속에서 부르는 희망의 노래, 시편 130(129)
"깊은 구렁 속에서 주님께 부르짖사오니, 주님 제 소리를 들어주소서."
​
시편 130편은 순례자들이 예루살렘 성전으로 올라가며 불렀던 전통적인 참회 시편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깊은 구렁'은 단순히 땅이 깊게 파인 곳이 아닙니다. 죽음의 세계이자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절대적인 무력함과 절망의 밑바닥을 상징합니다.
​
세상을 떠난 영혼은 이제 지상에서처럼 스스로 공로를 쌓거나 남은 벌을 보속할 수 없습니다. 철저히 무력한 상태에 놓입니다. 살아있는 우리가 이 시편을 소리 내어 바칠 때,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고인의 목소리가 되어드리는 것입니다. 고인을 대신하여 하느님의 자비에 절박하게 부르짖는 참된 사랑의 행위입니다.
​
인간은 누구도 하느님의 엄중한 정의와 심판 앞에 흠결 없이 설 수 없는 나약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기도는 "주님께서 죄악을 헤아리신다면 주님 감당할 자 누구이리까" (시편 130, 3 참조)라는 고백으로 이어집니다. 고인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생전에 그가 완벽했기 때문이 아니라, 오직 하느님의 용서와 무한한 자비 덕분임을 우리는 선언합니다.
​
우리의 기도는 밤새 춥고 어두운 성벽 위에서 동이 트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는 파수꾼의 마음과 같습니다. 영혼의 어두운 밤을 지나 하느님의 빛을 뵙기를 갈망하는 그 기다림입니다.
​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새벽은 늦어질지언정 '반드시 온다'는 사실입니다. 하느님께는 언제나 '풍요로운 구속'이 있음을 믿기에, 우리의 연도는 슬픔에 머물지 않고 굳건한 희망을 향해 나아갑니다.
​
"요나가 바다 괴물의 뱃속 깊은 곳에서 하느님께 부르짖었듯이, 하느님을 향한 부르짖음은 입술이 아니라 영혼의 가장 깊은 곳, 찢어지고 상처 입은 마음 한가운데서 터져 나와야 한다" (성 아우구스티노)
​
​
부서진 마음으로 청하는 새로운 창조, 시편 51(50)
"하느님 자비하시니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애련함이 크오시니 저의 죄를 없이 하소서."
​
이어지는 시편 51편은 가장 널리 알려진 참회 시편, 이른바 '미세레레(Miserere)'입니다. 다윗 왕이 큰 죄를 저지른 후 뼈저리게 통회하며 지은 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단순한 후회를 넘어 자신의 근원적인 나약함을 고백하고, 하느님께서 자신을 완전히 새롭게 빚어 주시기를 청하는 간절한 기도입니다.
​
아무리 선하게 산 신자라도 하느님의 거룩함 앞에서는 흠과 티를 지닐 수밖에 없으며, 지상 생활에서 다 치르지 못한 보속과 죄의 상처가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연옥 영혼은 이제 하느님의 진리의 빛 앞에서 자신의 모든 부족함을 명확히 보게 됩니다("저의 죄 항상 제 앞에 있삽나이다"). 우리는 이 시편을 통해 하느님께서 정화수의 채로 고인의 허물을 말끔히 씻어 주시기를 청합니다.
​
이 시편에서 가장 핵심적인 간구는 "하느님 제 마음을 깨끗이 만드시고 제 안에 굳센 정신을 새로하소서" (시편 51, 12 참조)라는 구절입니다. 이는 단순히 지은 죄를 한 번 눈감아 달라는 뜻이 아닙니다. 고인의 영혼이 천상 잔치에 참여하기에 합당하도록, 낡은 죄의 흔적을 지우고 완전히 정화되어 영적으로 새롭게 창조되기를 바라는 강력한 전구입니다.
​
다윗은 하느님께서 진정으로 원하시는 제물이 화려한 번제물이 아니라, 부서지고 낮추인 마음임을 깊이 깨달았습니다. 여기서 '부서졌다'는 것은 절망에 빠졌다는 뜻이 아니라, 내세울 것 없는 나의 교만과 착각이 하느님의 크신 사랑 앞에서 완전히 가루처럼 부서져 내렸음을 의미합니다. 하느님 앞에서는 그 어떤 가면도 벗어 던지고, 자신의 한없이 나약하고 가난한 처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참된 겸손의 상태입니다.
​
세상을 떠나 정화의 과정을 거치는 영혼들은 오직 하느님만을 온전히 바라보며 완전히 가난해진 상태, 즉 '부서지고 낮추인 마음'이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영혼의 가난함을 그 어떤 번제물보다 귀한 영적 보상으로 기쁘게 받아주십니다. 또한, 곁에서 눈물지으며 연도를 바치는 우리 공동체의 애통한 마음과 기도는 고인을 위한 훌륭한 영적 보속이 되어 하느님의 대전에 오르는 향기로운 제물이 됩니다.
​
"여러분이 하느님께 바칠 합당한 제물을 찾고 있습니까? 그렇다면 여러분 자신이 그 제물이 되십시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제단 위의 짐승이 아니라, 여러분의 부서진 마음입니다. 교만으로 단단해진 옛 자아를 산산조각 내십시오. 그래야만 하느님께서 그 부서진 조각들을 모아 완전히 새로운 마음으로 재창조하실 수 있습니다." (성 아우구스티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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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강론 [짧은 위령 기도, 연도의 두 시편 해설] 2026년 2월 17일,(이병근 신부) 영흥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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