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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앞에 있는 사람과 어디까지 갈지 알고 싶다면] 사순 제2주간 수요일, 전삼용 요셉 신부, 2026 03 04

Автор: 순전한 가톨릭(Mere Catholicism)

Загружено: 2026-03-03

Просмотров: 3025

Описание: 2026년 가해 사순 제2주간 수요일 – 당신 앞에 있는 사람과 어디까지 갈지 알고 싶다면

교우 여러분, 사순 제2주간 수요일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길에 당신의 수난과 죽음을 아주 구체적으로 예고하십니다. "사람의 아들은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에게 넘겨질 것이다. 그들은 사람의 아들에게 사형을 선고할 것이다." (마태 20,18) 그런데 이 비장한 분위기 속에 제베대오 아들들의 어머니가 등장합니다. 그녀는 주님께 절하며 아주 세속적인 청탁을 하죠. "제 두 아들이 주님의 나라에서 하나는 오른쪽에, 하나는 왼쪽에 앉게 해 주십시오."
그때 예수님께서 물으십니다. "무엇을 원하느냐?" (마태 20,21)

오늘 저는 이 질문을 '관계의 수준'이라는 관점으로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원할 때, 내가 무엇을 원하느냐를 보면 그 사람과 나의 관계가 어느 정도 깊이인지, 즉 내가 그 사람과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무엇을 원하느냐?"라고 물으시는 것은 "너는 나와 어디까지 갈 준비가 되었느냐?"라고 묻는 것과 같습니다.
사실 저도 사제로 살아가면서 본당에서 교우분들을 만날 때, 저도 모르게 가장 많이 던지게 되는 질문이 바로 이것입니다. 사무실이나 고해소에서 누군가 저를 찾아오면 저는 먼저 묻습니다. "자매님, 무엇을 원하십니까?" 혹은 "형제님, 제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그러면 그 대답 속에서 그분들이 저를 어떤 존재로 여기고 있는지, 저와 어디까지 동행할 준비가 되었는지가 명확히 보입니다.
첫 번째 단계는 '물질적 이익'을 원하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 상대방은 나에게 그저 필요한 것을 제공해 주는 수단일 뿐입니다. 신앙으로 치면 하느님을 내 욕망을 채워주는 자판기로 여기는 수준이죠. 이런 관계는 이익이 끝나면 관계도 끝납니다.
이런 왜곡된 관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인류학적 사례가 '카고 컬트'(Cargo Cult), 즉 '화물 숭배'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멜라네시아 제도의 원주민들은 하늘에서 비행기가 내려와 통조림과 옷 같은 신기한 화물(Cargo)을 내려놓는 것을 보았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비행기가 오지 않자, 원주민들은 나무로 비행기 모양을 만들고 활주로를 닦으며 존 프룸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신으로 숭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이 원한 건 비행기를 만든 사람도, 그 문명도 아니었습니다. 오직 박스에 든 '화물'뿐이었습니다.
우리의 기도가 이 화물 숭배에 머물러 있지는 않습니까? 하느님이라는 존재 자체에는 관심이 없고, 그분의 손에 들린 '건강, 합격, 돈'이라는 화물만 기다리고 있다면, 우리는 하느님과 인격적인 관계가 아니라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로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이 질문에 '물건'을 답하는 사람은 하느님과 딱 거기까지만 가는 사이입니다.
두 번째 단계는 '위로와 에너지'를 얻기 위한 대상, 즉 '상담사'로 대하는 단계입니다. 아마 저를 찾아오시는 많은 신자분이 이 단계에 속해 있을 것입니다. 기도를 통해, 혹은 저와의 면담을 통해 내 답답한 속을 털어놓고, 마음의 평화를 얻고, 다시 살아갈 깨달음이나 에너지를 얻으려 하십니다.
물론 좋습니다. 주님은 최고의 상담가이시고, 사제인 저 또한 여러분의 목자이니까요. 하지만 이 관계 역시 여전히 나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상담사가 어떤 아픔을 겪는지, 상담사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궁금하지 않습니다. 그저 내 감정의 쓰레기통이 되어주길 바라고, 방전된 내 영혼을 충전해주는 배터리가 되어주길 바랄 뿐입니다.
한 상담가가 일부러 자기 얼굴에 커다란 반창고를 붙이고 내담자들을 맞이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날 상담을 받은 수많은 사람 중 그 누구도 "선생님, 얼굴이 왜 그러세요? 어디 아프세요?"라고 묻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상담가의 얼굴에 난 상처보다 자기 마음의 생채기를 쏟아내는 데만 급급했습니다. 그들에게 상담가는 고통을 함께 나누는 인격적인 '사람'이 아니라, 내 감정의 쓰레기를 받아주는 '처리장'이자 방전된 기분을 채워주는 '무선 충전기'일 뿐이었던 것입니다.
세 번째 단계는 '당신'이라는 존재 자체를 원하는 '부부 관계'의 단계입니다. "주님, 저는 화물도 필요 없고, 제 기분 좋아지는 에너지도 필요 없습니다. 그냥 당신 한 분이면 충분합니다."라고 고백하는 수준이죠.
하지만 이런 사랑이 가진 치명적인 한계를 유럽의 지성들은 "Égoïsme à deux"(에고이즘 아 되), 즉 '둘만의 이기주의'라고 경고합니다. 프랑스의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Gabriel Marcel)은 "사랑이란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함께 바라보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만약 두 사람이 서로만 바라보며 외부 세계와 담을 쌓는다면, 그 사랑은 곧 고립되고 맙니다.
하지만 여러분, 주님은 우리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길 원하십니다. 결혼의 목적이 단둘이 행복하게 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녀를 낳아 관계를 확장하는 데 있듯이, 신앙의 정점은 주님을 소유하는 것을 넘어 '주님을 전해주는 단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진정으로 듣고 싶으셨던 대답도 바로 이것입니다. "주님, 저는 당신을 원합니다. 왜냐하면 당신의 사랑을 모르는 배고프고 목마른 이들에게 당신을 전해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나도 누군가에게 구원의 값을 치르는 존재, 즉 '몸값'(Lutron)이 되겠다는 선언입니다. 주님과 함께 십자가의 길까지, 즉 죽음 너머 생명을 낳는 자리까지 가겠다는 뜻입니다. "사람의 아들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많은 사람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 (마태 20,28)

교우 여러분, "무엇을 원하느냐?"는 질문에 야고보와 요한은 '자리'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나중에 주님의 교정을 받고 나서야 '잔'을 마시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잔’은 ‘사명’입니다. 나의 ‘사명’에 함께하려는 사람이 끝까지 갑니다. 만약 나의 사명이 영원한 그리스도의 사명이라면 말입니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교부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대가 성당 안의 그리스도만을 공경하고 성당 밖에서 헐벗은 그리스도를 외면한다면, 그대는 성체를 모신 것이 아니라 성체를 감옥에 가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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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앞에 있는 사람과 어디까지 갈지 알고 싶다면] 사순 제2주간 수요일, 전삼용 요셉 신부, 2026 03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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