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전면 시행…‘경력 스펙’ 경쟁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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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공공기관의 입사지원서입니다.

어떤 항목이 있을까요?

우선 출신 학교랑 학점란이 보이죠?

자격증에 외국어 점수도 써야 하고요.

가족관계까지 밝혀야 합니다.

어떤 경우는 지원자의 키와 몸무게를 묻거나, 부모님 직업을 쓰라고도 하는데요.

이번 달부터, '모든 공공기관'에서 이런 입사지원서가 없어집니다.

업무와 상관없는 개인정보를 못 쓰게 하는, 이른바 '블라인드 채용'이 시작되는 건데요.

실력 중심으로, 공정하게 인재를 뽑겠다는 겁니다.

그럼 지원서가 어떻게 바뀌게 될까요.

예시를 하나 갖고 왔습니다.

이름과 연락처는 일단 쓰고요.

또 교육이나 자격을 밝히긴 하는데, 내가 지원하는 업무와 관련된 내용만 쓰게 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스펙 높이는 데 시간을 너무 쓰지 말고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확실히 정해서 직무 능력을 잘 쌓아 두란 얘기겠죠.

그러면 이 지원서에 '없는' 게 구체적으로 뭘까요.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고향이 어딘지, 부모님은 뭐 하시는지 안 씁니다.

편견이 들어갈 수 있는 항목은 다 빼는 겁니다.

서류전형뿐만 아니라 면접을 볼 때도 지원자의 인적 정보는 노출할 수 없습니다.

녹취 이성기(고용노동부 차관) : "편견으로 인해, 재능 있는 사람들이 탈락해서는 안 됩니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젊은이라면, 누구나 실력을 겨룰 평등한 기회를 보장 받아야 합니다."

이런 블라인드 채용 방식은 이번 달부터 전국 332개 공공기관에서 시행되고요,

다음 달엔 지방 공기업으로 확대됩니다.

이 두 개를 합치면, 올해 하반기만 2천8백 명 정도가 블라인드 채용을 통해서 뽑힐 걸로 보입니다.

사실 블라인드 채용의 관건은 이게 민간 영역으로 확산되느냐입니다.

그래서 정부가 민간 대기업을 상대로 다음달까지 가이드북을 만들고요,

기업 400곳에 상담 지원을 해 주기로 했습니다.

기업의 인사담당자들, 취지 자체엔 대부분 긍정적입니다.

그러면서도 이젠 뭘 보고 직원을 뽑아야 하느냐고 난감해 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죠.

또 입사지원자들도 당장은 혼란스러워하는 모양새입니다.

사실상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 당락이 갈리니까요,

이걸 준비하느라 스펙 전쟁이 또 날 거라고 걱정합니다.

녹취 전OO(취업준비생) : "인턴을 지원한다거나 아니면 다른 기업에 가서 그런 직무경험을 쌓아야 하는데, 또 그런 경험을 쌓으려면 또 다른 경쟁을 해야 하고..."

그래서 선발기준을 더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 블라인드 채용을 둘러싼 자율성 침해 논란도 여전해서, 민간 영역까지 확대되기엔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