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훈련 블랙이글스 기름 못 줘!”…멈춰 선 한일 방위교류 [월드 이슈] / KBS 2025.11.10.

Описание: 일본이 최근 한국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중간 급유 지원을 거절한 데에 대해, 국방부가 일본 자위대 음악 축제 군악대 파견 계획을 사실상 철회했습니다. '초계기 갈등'을 봉합하고 양국 간 국방 교류가 다시 활발해지려던 참에 불거진 갈등인데요. 월드이슈, 박원기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국방부가 군악대 참가를 보류한 자위대 음악 축제는 어떤 행사인가요?

[기자]

일본 자위대 음악 축제는 매년 11월에 개최되는데요.

자위대뿐 아니라 우방국과 군사교류 차원에서 미국을 비롯한 외국 군악대도 참가합니다.

[장내 진행자/2015년 11월 : "자위대 음악 축제! 마지막 무대는 '바다와 내일과 인연' 한국 해군 군악대입니다."]

도포 차림에 갓을 쓴 연주자도 보이고, 색동저고리 입은 무용단이 화려한 부채춤도 선보입니다.

한국 해군 군악대가 지난 2015년 자위대 음악 축제에서 공연한 영상인데, 참가는 저 때가 마지막이었습니다.

올해 자위대 음악 축제는 사흘 뒤인 13일 도쿄 부도칸에서 개막합니다.

한국군 군악대의 일본 자위대 축제 참가는 한일 국방장관이 지난 9월 회담에서 인적 교류 활성화 차원에서 추진했던 사안이었는데요.

행사를 며칠 앞두고 참가 보류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앵커]

참가를 보류한 이유가 구체적으로 뭔가요?

[기자]

불참 배경에 대한 우리 군의 공식 설명은 없었습니다.

다만 일본이 우리 공군 블랙이글스의 독도 비행을 이유로 중간 급유 지원을 거부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블랙이글스는 이달 17일 두바이에서 열리는 에어쇼에 참가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연습을 위해 지난달 28일 독도 상공에서 태극 문양을 그리는 특수비행 훈련을 한 거로 전해졌는데요.

우리 군이 공개하지도 않은 이런 훈련 내용을 일본 측이 알아내 우리 외교부에 항의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블랙이글스가 곡예비행에 쓰는 T-50B 기종은 공중 급유가 불가능한 기종입니다.

그래서 7,000킬로미터 떨어진 두바이까지 가려면 최소 2차례 착륙해 중간 급유를 해야 합니다.

국방부와 일본 방위성은 블랙이글스가 오키나와 기지에 내려 급유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독도 비행 훈련 사실을 알게 된 일본이 나중에 이를 트집 잡게 된 겁니다.

이번 사태 여파로 이달 중 예정됐던 한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의 공동 해상 수색 구조 훈련 역시 무기한 연기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한일 국방당국 간 갈등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8년 12월 불거진 초계기 갈등이었습니다.

[이와야 다케시/당시 일본 방위상/2018년 12월 : "일본 국민 여러분에게 자위대가 국제적인 합의, 약속에 따라 적절히 활동했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당시 갈등은 일본 측이 '한국 해군함이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를 향해 공격 직전 행위로 간주될 수 있는 사격통제 레이더를 비췄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습니다.

한국 측은 그런 일은 없었고, 오히려 일본 초계기가 저공 위협 비행을 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양국은 같은 입장을 유지하며 진실 공방을 벌였고, 이후 일제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 등으로 한일 관계가 악화하면서 국방 당국 간 교류는 한동안 중단돼 왔습니다.

하지만 북한 핵·미사일이 고도화하면서 한미일 또는 한일 간 안보 협력 강화 필요성은 갈수록 강조되고 있습니다.

한동안 냉각기를 가졌던 한일 국방당국은 서서히 관계 회복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보였습니다.

2022년 11월 일본 해상자위대 주최 국제관함식에 논란을 무릅쓰면서 우리 해군이 참가한 것도 그런 맥락이었습니다.

[해상자위대 중계 영상/2022년 11월 : "계속해서 한국 해군 보급함(군수지원함) '소양함'입니다. 한국은 2015년 이후 7년 만의 참가입니다."]

초계기 사건도 지난해 6월 한일 국방장관이 시시비비를 더 이상 따지지 말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자는데 합의하면서 발생 6년여 만에 봉합됐습니다.

[앵커]

최근 한일 정상이 만났을 때만 해도 분위기가 나쁘진 않았던 거 같은데 한일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전망할 수 있을까요?

[기자]

네, 최근 경주 APEC 이후에도 국방장관, 외교차관 등 각 고위급 회담이 열려 한일 간 소통이 활발했습니다.

강경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총리도 양국 협력을 적극 강조하고 있는데요.

들어보시죠.

[다카이치 사나에/일본 총리/10월 30일 : "지금의 전략 환경 아래 일한(한일) 관계, 일미한(한미일) 간 공조의 중요성은 더욱 증대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셔틀 외교도 잘 활용해야…."]

하지만 한일 간 갈등의 불씨는 여기저기 살아 있습니다.

일본이 역사 교과서나 정부 공식 문서를 통해 독도 영유권 주장이나 왜곡된 역사 인식을 표출하는 일은 연례행사처럼 반복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영토와 역사 문제에 관해선 일본 측의 억지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 명확합니다.

다만 예전처럼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지 않도록 관리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지난 7일 서울에서 한일 외교차관 전략대화가 열렸는데요.

이번 블랙이글스 급유 거부나 군악대 참가 보류 같은 현안보다는, 큰 틀에서 한일 관계 흐름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 차원의 논의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래픽:조재현/영상편집:김주은 박혜민/자료조사:권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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