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연말이라니 진짜 징글징글징글벨 | playlist
Автор: hostless
Загружено: 2025-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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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대형 트리 아래서 사람들은 저마다 주머니 속의 ‘시간 태엽’을 만지작거렸다. 연말이면 도심 곳곳에 설치되는 동기화 장치 덕분에, 우리는 일 년 중 가장 지독한 기억만을 골라 눈송이 속에 매립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은 습관처럼 “벌써 연말이라니, 진짜 징글징글하다”고 내뱉었지만, 그 말은 사실 이 지긋지긋한 계절이 나를 두고 홀로 떠나버릴까 봐 겁이 난다는 투박한 고백에 가까웠다.
따뜻한 캔커피를 쥔 손바닥 위로 온기가 느리게 맥동했다. 은하계 너머의 거창한 기술은 아니어도, 이 작은 태엽은 12월의 소음을 침묵으로 바꿔주기에 충분했다. 시린 숨결이 허공에 흩어질 때마다 뼈마디 사이사이에 박혀있던 올해의 풍파들이 소리 없이 삐걱거렸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그늘을 품은 채, 연말이라는 환한 조도 아래 모여 서로의 그림자를 밟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다.
징글징글하게 반복되던 실패와 권태의 파편들이 저 멀리 울리는 종소리에 섞여 들어왔다. 하지만 나는 태엽을 감아 시간을 되돌리는 대신, 그 징글거리는 소음을 있는 그대로 껴안아 보기로 했다. 때로는 가장 지겨운 풍경이 나를 가장 다정한 곳으로 데려다주기도 하니까.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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