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CITY of LIGHT - 이하야 토모요 2019

Описание: 무등산풍경소리 159회
광주, City of light
이하야 토모요 오월 광주전
Solo Exhibition by Tomoyo Ihaya


2019년 5월 17일 - 6월 15일
5.18민주화운동기록관 B1 전시실(광주 동구 금남로 221)


2019. 6. 5.

Artist_ Ihaya Tomoyo
Music_ Lee Sang Rog
Photo_ Choi Myoung Jin



한국 전시에 부쳐
-이하야 토모요

이번 전시는 인도, 티벳, 타이완, 한국을 거친 한 사람의 여행에 대한 성찰적인 기록입니다.

저는 20년 전에 일본을 떠나 캐나다로 갔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언론의 자유와 인권과 민주주의가 상대적으로 보호받는 곳이죠. 이런 권리를 위해 투쟁하고 그 결과 고통과 아픔을 견뎌야 하는 사람들을 가까이서 보게 되기 전까지 저는 이런 것들이 당연한 줄만 알았습니다. 그들이 겪었던 희생과 고통을 온전하게 경험할 능력이 없는 저이지만, 무엇이라도 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인도에 처음 간 것은 2005년입니다. 그곳에서 인도 문화의 깊이와 복합성을 사랑하게 되고, 생명과 죽음의 순환을 주제로 하는 첫 프로젝트의 영감을 얻었습니다. 그때 이후 저는 마치 유목민처럼 해마다 그곳으로 돌아갑니다.

인도를 방문한 초창기에 저는, 1959년 티베트가 폭력적으로 점령당했던 시기 인도로 피신해 온, 오래된 티베트 난민 공동체 분들을 만났습니다. 티베트는 여전히 억압을 당하고 있지요. 이 공동체에서 저는 자비와 연민의 힘, 서로 이어짐, 저항, 유머 감각을 배웠습니다.

2012년 인도의 인터넷 카페에서 컴퓨터 화면으로 한 승려의 분신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제 심장과 영혼은 그 사건으로 크게 뒤흔들렸습니다. 누군가 인권을 위해, 인간의 존엄성과 타인에 대한 존중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그토록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희생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불의에 분노했고, 동시에 저의 동료 인류에 대한 애정과 슬픔을 느꼈습니다. 우리는 옷감을 이루고 있는 실처럼 서로 이어져 있으니까요.

왜인지는 모르지만, 저는 이들의 죽음에 대한 이미지를 멈추지 않고 계속 그리고 있었습니다. 또다른 이가 똑같은 방법으로 항거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저는 그들을 기억하기 위한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누구도 이런 개인의 희생을 겪지 않을 날이 오기를 바랐습니다.

목숨을 잃은 티베트 사람들을 그리는 저의 여정은 다른 장소, 다른 나라로 이어졌습니다. 언론의 자유와 인권,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해 비슷한 소요와 투쟁을 경험한 곳들이었습니다.

지난 해인 2018년 예술에 대한 글을 쓰는 작가이며 편집자인 진용주 씨의 고된 작업 덕분에, 일본 토쿄와 제 고향인 쓰에서 전시되었던 제 작품들이 한국 광주의 아하 갤러리에서 전시될 수 있었습니다. 새롭게 만난 여러 친구들과 저는 곧 연대감을 느끼게 되었고, 그 친구들을 통해 1980년 광주에서 일어난 민주주의를 향한 대규모 항쟁을 알았습니다. 수많은 학생과 시민들이 그 항쟁에 참여했고, 그 결과로 수백 명 아니 어쩌면 천 명도 넘는 사람들이 살해되었습니다. 한국에서 만난 친구들이 제 작업에 공감해줄 수 있었던 것은 그런 고통스러운 과거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망월묘역을 방문했을 때 저는 말을 잃었습니다. 자유와 민주를 누릴 권리를 소리 높여 외치다 잔인하게 죽음을 당한 희생자들과 열사들이 그곳에 묻혀 있었습니다. 망월묘역을 나서며 저는 광주에 대한 영상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제안을 꺼냈습니다. 2019년 올해 천안과 광주의 전시는 그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금년 3월 저는 본투비프리 축제의 일환으로 실행된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전시를 열기 위해 타이완에 머물렀습니다. 한국에서와 비슷한 일을 여기서도 겪게 되었죠. 이번에는 양층리 씨가 있었습니다. 2018년 인도 델리에서 열린 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한 국제 컨퍼런스에서 만난 그는 인권과 민주주의, 자유를 위해 활동하는 타이완의 사회운동가입니다. 컨퍼런스에서 티베트 사람들의 자기 희생을 주제로 제가 만든 영상 ‹눈 물 불›이 상영되었고, 양층리 씨는 그 작업에 공감했다고 합니다. 타이충과 타이페이에 머물면서 저는 그곳의 여러 분들을 통해 타이완이 경험한 제2차 세계대전 전후의 고통과 1947년의 2.28 사건, 오래도록 지속된 ‘백색 테러’에 대해 배웠습니다. 수많은 이들이 항거에 나섰다가 체포 당해 고문을 당하고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 이후 타이완은 민주주의를 회복했습니다만 아직도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를 지켜내기 위한 싸움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타이완의 영웅으로, 민주주의의 아버지라고 알려진 청난룽(鄭南榕) 씨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1989년 시위에서 스스로를 희생한 인물입니다. 그분을 기리는 기념관도 가보고, 유가족도 만나게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저는 과거 일본이 타이완과 한국을 점령하고 인권을 억압하여 나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것에 대해 늘 진지하게 고민해왔습니다. 그럼에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두 나라에서 일어난 투쟁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기에, 뒤늦게 알게 되어 충격도 받고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2012년 이후 작업해온 제 작품들은 주제 때문에 사회적이고 정치적이라고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작업들은 또한 변화와 화해, 또는 단순히 말해 공감과 사랑을 시각 언어로 표현합니다. 또한 제 창작의 핵심 동력인 “삶과 죽음의 순환에 대한 명상”에 대한 것이기도 합니다. 이런 요소들은 저항의 행위입니다. 연민과 사랑에서 태어나는 모든 것은, 불의와 탐욕과 폭력에 맞서기에 제일 좋은 무기입니다.

제 작업 속에는 수많은 눈, 푸른 발과 손, 풍등, 태워서 만든 구멍, 나무, 어린 양, 눈과 새싹으로 뒤덮인 전함이 등장합니다. 이 모든 요소들은 광주, 타이완, 티베트, 그리고 온 세상의 인류사에 대한 시적인 메타포입니다. 감정을 느끼고 지켜보고 기도함으로써 이런 작업들이 만들어집니다. 이들은 서로 이어져 있는 사람들, 희망, 생명의 순환, 죽음, 새로운 삶을 상징합니다. 이런 이미지들로 이뤄진 여행을 함께 경험하며, 제 작업을 보는 분들이 무엇을 위해 살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자신만의 시와 이야기와 생각을 찾으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청난룽 씨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상처 입은 곳에서 꽃은 피어난다.”

마치 오월의 꽃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