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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이 지나면 못 먹습니다... 여수 아귀간부터 홍성 새조개까지, 바다가 허락한 마지막 겨울 성찬 | KBS 한국인의 밥상 20260219 방송

Автор: KBS 다큐

Загружено: 2026-02-23

Просмотров: 2063

Описание: ■ 돌산 앞바다, 겨울 끝에 오르는 풍요로운 맛 – 전라남도 여수시 돌산읍
겨울의 끝자락, 바다가 가장 차가워지는 2월. 돌산 앞바다가 가장 먼저 숨을 고르는 작은 어촌, 여수 돌산읍 율림리 소율마을에서 김영일(65)·이정미(61) 부부는 바다로 향하는 것으로 하루를 연다. 율림리 토박이인 김영일 선장은 강망을 내려 숭어와 아귀, 물메기를 잡는다. 물때와 바람을 읽어 그물을 내리고, 한 해 중 가장 단단하게 살이 오른 제철의 순간을 건져 올린다.
숭어는 예부터 ‘빼어날 수(秀)’ 자를 써 ‘수어(秀漁)’라 불릴 만큼 귀하게 여겨진 생선이다. 차가운 바다를 견딘 숭어는 살이 통통히 오르고, 전으로 부치면 담백한 맛을 낸다. 이맘때 영양을 가득 품는 아귀는 수육으로 삶아내면 부드러운 살과 고소한 풍미가 살아난다. 특히 산란기를 앞두고 영양으로 가득 찬 아귀 간은 ‘바다의 푸아그라’라 칭할 정도로 유독 고소해 별미 중 별미다. 한때 ‘금메기’라 불릴 만큼 귀했던 물메기는 꾸덕하게 말려 찜을 하면 깊고 진한 맛이 배어난다.
해산물이 귀한 곳에서 자란 이정미(61) 씨는 이 마을로 시집와 처음 생선을 손질했다. 낯설고 버거웠던 시간도 있었지만, 이제는 누구보다 능숙한 손으로 생선을 다듬고 말리며 액젓까지 담근다. 바다의 맛을 오래 두고 나누는 어촌의 방식을 몸으로 익힌 것이다.
남편이 바다에서 건져 올리면 아내는 그것을 밥상 위에서 완성한다. 숭어전과 건조 물메기찜, 아귀 수육이 상에 오르는 날이면 그 밥상은 한 집의 것이 아니다. 이웃들이 모여 함께 나누고 웃음을 보탠다. 이때가 아니면 맛보기 어려운, 2월의 차가운 바다가 길러낸 맛은 그렇게 소율마을의 정과 함께 더욱 깊어진다.

■ 귀해진 겨울 감태, 매동마을에서 이어온 소박한 겨울 밥상 – 전라남도 고흥군 도양읍
바닷바람이 매서워지는 시기, 고흥군 도양읍 매동마을의 바다는 분주해진다. 이 마을 사람들에게 겨울은 곧 감태의 계절이다. 예부터 김치처럼 늘 밥상에 올랐던 감태는 매동 사람들의 일상이었다.
감태는 본래 ‘가시파래’라 불리는 해조류로, 양식이 되지 않아 모두 자연산이다. 물때가 맞아야 하고, 손이 닿는 자리도 한정적이어서 제철이 아니면 맛보기 어렵다. 그래서 지금 이 시기의 감태는 한 해 중 가장 맛과 향이 깊은 제철 식재료로 꼽힌다. 계절이 지나면 밥상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바로 지금만 누릴 수 있는 풍미다.
매동마을에 사는 정이균(72)·이옥숙(66) 부부는 마을 앞 작은 섬 만재도를 ‘보물섬’이라 부른다. 물이 빠지면 만재도 주변 바다에는 감태를 비롯해 각종 해산물과 해조류가 드러난다. 부부는 다른 곳보다 이 바다의 감태가 결이 부드럽고 향이 깊다고 말한다.
차가운 바다에서 건져 올린 감태는 주로 양념을 더해 감태지로 무쳐낸다. 일상처럼 먹던 감태는 때로는 다른 모습으로도 밥상에 오른다. 겨울이면 빠지지 않는 간식은 얇게 부쳐낸 감태전. 바다 향이 은은하게 번지는 한 장의 전은, 군불 곁에 둘러앉아 나눠 먹던 소박한 즐거움이다. 손님이 오거나 특별한 날이면 감태말이구이를 내놓는다. 감태를 가득 잡아 낙지호롱처럼 돌돌 말아 구우면 부드럽고 촉촉하게 익는다. 평소와는 다른 손맛이 더해진, 오래전부터 이어온 별식이다.
짭조름하고 쌉싸래한 향이 입안에 번지면, 그것이 곧 매동마을의 겨울이자 지금만 맛볼 수 있는 제철의 풍미다. 보물섬이라 불리는 만재도와 그 주변 바다. 자연이 허락한 만큼만 거두며 살아온 사람들. 매동마을의 밥상은 오늘도 2월 겨울 바다의 숨결과 제철 감태의 맛을 그대로 담아낸다.

■ 로또 같은 새조개와 추억의 참소라, 남당항의 겨울 끝자락 – 충청남도 홍성군 서부면
육지에는 찬 기운이 조금씩 누그러지고, 바다는 아직 냉기를 품고 있는 늦겨울. 홍성 남당항은 가장 분주한 시기를 맞는다. 이곳 사람들에게 새조개는 2월, 지금이 아니면 맛보기 어려운 제철 음식이다. 제철 별미로 손꼽히는 오늘날과 달리, 처음에는 환영받지 못했다. 새 부리를 닮은 모양이 낯설고 징그럽다며 먹기는커녕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서산 간척 사업 이후 바다 환경이 달라지면서 새조개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저 바다에서 나는 조개일 뿐이던 새조개는, 일본에서 최고급으로 친다는 소식과 함께 새롭게 주목받았다. 수출이 늘어나고 국내에서도 이름이 알려지자, 남당리 사람들도 하나둘 조업에 나섰다.
남당항의 8남매, 첫째 강순아(74) 씨, 둘째 강호권(73) 씨, 셋째 강순례(71) 씨를 비롯한 형제자매 모두가 조업과 식당 운영에 힘을 보탠다. 누군가는 배를 타고 조개를 들여오고, 누군가는 손질을 맡고, 누군가는 불 앞에서 손님을 맞는다. 가족의 손을 거쳐 차려지는 한 상에는 끓는 육수에 살짝 담가 먹는 새조개 샤부샤부가 오른다. 뜨거운 육수에 스치듯 익은 조갯살은 달큼하면서도 탄력이 있어, 차디찬 바다에서 거둔 제철 새조개의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남당항의 여덟 남매에게 이 시기 밥상의 진정한 주인공은 여전히 참소라다. 새조개가 흔치 않았던 시절, 부모님과 둘러앉아 먹던 참소라 된장찌개와 참소라 무침은 지금도 마음속에 남아 있는 늦겨울의 기억이다. 찬기가 가득한 바다를 버틴 참소라의 쫄깃한 식감과 은근한 단맛은 지금이 아니면 제대로 즐기기 어렵다. 한 점 한 점에 홍성 천수만 바다와 여덟 남매의 시간이 오롯이 스민다.
먹지 않던 새조개가 2월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기까지 바다의 변화와 가족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 늦겨울 남당항에서는 여전히 따뜻한 밥상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 이 영상은 2026년 2월 19일 방영된 [한국인의 밥상 - “추울수록 맛있다” 겨울 끝자락 바다에서 건진 맛] 입니다

#한국인의밥상 #새조개 #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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