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피고 눈물로 지는 기생의 일생과 꽃이 지면 남는 기생의 말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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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피고 눈물로 지는 기생의 일생

조선시대를 사는 여성들의 삶은 신분에 상관없이 사실상 남자의 부속물이나 다를 바 없었는데 조선은 사대부의 나라고 남자들의 나라였습니다.
엄격한 유교 사상을 내세워 여성들에게 철저하게 순종과 복종을 강요해 왔는데 이런 굴레는 사대부의 딸이나 부인네들뿐 아니라 팔천의 하나인 기생들에게 더욱 엄격하게 적용되었습니다.
팔천이란 조선 시대에 노비거나 천역에 종사하던 여덟 천민으로 노비, 기생, 백정, 광대, 공장, 무당, 승려, 상여꾼을 말합니다.
조선의 신분제도는 세습이 되어 사대부의 자식은 사대부가 되고 노비의 자식은 노비가 되기 때문에 기생의 딸이 태어나면 기생이 되어 한 고을의 기생들 중에는 이모, 조카, 사촌이 많았습니다.
허균이 마음속으로 정을 주고받았던 부안 기생 매창은 정인인 이귀에게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조카를 허균과 동침하도록 했는데 매창의 조카도 기생이었고, 매창의 언니와 여동생도 기생이었던 것입니다.

기생은 기녀안, 또는 관청의 명부에 올라 있기 때문에 기생의 신분에서 벗어나려면 사대부의 첩이 되어 속전을 내야만 되었습니다.
그래서 기생들은 기적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사대부의 첩이 되려고 사랑을 바치지만 대부분 배신을 당했습니다.
군산월은 함경도 명천의 기생인데 유배를 온 홍문관 교리 김진형을 사랑해 마천령까지 따라오지만 ‘돌아가라’는 한 마디에 피눈물을 흘리며 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군산월의 모습에서 사대부와 기생의 사랑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엿볼 수 있는데 김진형은 꽃다운 군산월과 사랑을 나눈 것이 여간 흡족한 것이 아닌 모양이었습니다.
군산월이 앞에 있으면 눈앞에 꽃이 핀 듯 하고 뒤에 있으면 선동이라고 표현하면서 ‘기락(妓樂)이 끔직하다’라고 말하지만 결국 그 사랑을 헌신짝처럼 버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