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2세기, 적석목관묘에서 청동유물 대거 출토

Описание: 충북 충주시 호암동 일대에 2200년전 지역의 수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무덤이 나와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무덤 안에는 그 위세를 상징하는 청동검 7점이 온전한 형태로 발견돼 충주지역이 새로운 유적의 보고로 변모할 것으로 기대된다.
(재)중원문화재연구원은 지난해 8월 18일부터 호암동 627-1번지 일원(면적 50,415㎡)을 구역별로 맡아 5개 지점에 대해 정밀 발굴조사를 진행했다. 발굴조사는 지표조사를 통해 유적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 지역의 유적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기위해 모든 땅속을 파보는 조사다.
조사결과, 기원전 2세기로 추정되는 초기철기시대 무덤 3기가 발견된 가운데 이 중 적석목관묘에서 세형동검 7자루를 포함해 각종 청동기 19점이 쏟아져 나왔다.
지난 19일 유적 현장이 공개되자 전국의 매스컴들이 북새통을 이뤘다. 충주에서 이례적으로 '청동기부장묘'가 나온데다 오는 2017년 충주시가 전국체전 개최를 위해 종합스포츠타운 건설을 추진중인 부지에서 유물이 대거 발견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여기에 주목했다.
한국청동기 연구 권위자인 이청규 영남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이날 현장설명회를 통해 "세형동검을 비롯해 다뉴세문경(多紐細文鏡), 청동투겁창, 청동도끼(銅斧) 등 청동기가 대거 나온 것을 봐서 충주 일대를 지배하던 지방세력의 우두머리급 무덤으로 추정된다"며 "정밀 발굴조사를 통해 무덤 축조방식과 유물 부장 방식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고고학계의 큰 수확"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당대의 수장은 정치와 제사를 겸한 제정일치 사회의 지도자였다. '하늘과 사람의 소통'을 독점한 그들은 최고 권위를 상징하는 청동기를 달고 나라의 길흉을 점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적석목관묘 구조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땅을 상,하 2단으로 파 하단에는 통나무로 만든 관을 넣고 상단은 돌을 쌓아 채운 형태다. 통나무관은 부식돼 흔적만 나타났는데, U자형 형태를 띄었으며, 바닥면의 양 장벽에는 냇돌(川石)이 확인됐다. 통나무관의 움직임을 고정하기 위해 쓰인것으로 연구원은 보고 있다. 이런 형태의 목관은 화순 대곡리 유적에서도 확인 된 바 있다.
이번에 발굴한 파경된 다뉴세문경(꼭지가 여러개 달린 거울)은 다른 지역 초기철기시대 무덤에서 출토된 것과 마찬가지로 일부러 깨서 무덤에 넣은 이른바 파경(破鏡)으로 드러났다. 중국 전국시대 말기의 사상가인 순자는 죽은 자와 산 사람은 갈 길이 다르므로, 죽은 자를 위한 부장품은 일부러 깨뜨려 넣는다고 했다.
이번 발굴성과는 화순 대곡리 유적 발굴 성과와 대비된다. 통나무 목관을 쓴 대곡리는 세형동검 5점을 포함한 청동기 출토품 15점에 종교 의식에 사용했을 법한 청동방울이 나왔다. 하지만 호암동 유적에서는 청동방울이 나오지 않아 국보급으로 지정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신경철 부산대학교 고고학과 교수는 "다뉴세문경이 나온 점으로 볼 때 청동방울은 그 뒤에 나온다. 시기적으로 지금은 나올 때가 아니다"며 "호암동 유적은 다양한 유물 구성과 적석목관묘 만으로도 국보급 유물 지정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보존 가치는 충분하지만 원형보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유적이 나온 호암동 일대가 2017년 전국체전 개최를 위해 종합스포츠타운 건설 부지로 이미 확정이 된 상태이기 때문. 문화재청은 지난 20일 긴급 회의를 열어 답을 내놓는 대신 충주시에 내달 2월까지 유물 보존방안이 담긴 계획안을 요청해 둔 상태다.
이은석 문화재청 연구관은 "전국체전을 앞둔 충주시의 상황을 고려해 섣불리 판단할 수 없었다"며 "일단 충주시로부터 보존 계획안을 받아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