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삶의 경로 한국과 일본에서 어른이 된다는 것

Описание: 우리가 몰랐던 청년들의 삶: 한일 국제포럼에서 발견한 4가지 놀라운 진실
서론: 익숙한 청년 문제, 그 이면의 진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청년 문제'는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닙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취업난, 치솟는 물가 속 경제적 어려움, 불안정한 미래 등은 많은 청년이 매일 마주하는 현실입니다. 언론과 미디어는 연일 이들의 고충을 보도하며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익숙하게 들어온 이러한 현상들 너머에는, 그 문제를 더욱 근본적으로 설명하는 또 다른 진실이 숨어있습니다. 이는 개인의 노력이나 의지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의 구조적 특성과 맞물려 나타나는 복잡한 양상입니다.
이 글은 최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개최한 '청년의 엇갈린 삶의 경로: 한국과 일본의 성인기 이행' 국제포럼의 깊이 있는 논의를 바탕으로 합니다. 포럼에서 제시된 다양한 연구와 토론을 통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청년들의 삶에 대한 4가지 놀라운 통찰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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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OECD 1위 고등교육 이수율, 그러나 진로는 더 불투명해졌다?
한국 청년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방향을 잃은 세대가 되고 있습니다. 높은 학력 뒤에 숨겨진 진로의 불투명성은 우리가 마주한 첫 번째 놀라운 진실입니다.
강영배 대구한의대 교수는 김기헌 선임연구위원의 발표를 토론하며 이 역설적인 상황을 지적했습니다. 한국 25-34세 청년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OECD 최고 수준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이상한 흐름이 감지됩니다. 대학원 진학 희망은 급감하는 반면, ‘아직 정해 놓은 직업이 없다’고 답하는 청년의 비율이 2015년 11.5%에서 2023년 16.2%로 급증했다는 점입니다.
더욱 심각한 통찰은 여기에 있습니다. 높은 학부 졸업률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석사 및 박사 학위 소지자 비율은 OECD 평균에 크게 못 미칩니다. 이는 우리가 고등교육의 양적 팽창에 성공했을지는 몰라도, 국가 경쟁력의 핵심인 고도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데는 실패하고 있다는 강력한 경고등입니다. 대학 교육이 실제 노동시장의 요구와 괴리되거나, 청년들이 학위 취득 후에도 자신의 미래를 그리지 못하는 극심한 불확실성에 갇혀 있음을 보여줍니다.
2. 남성은 '군대', 여성은 '분가'가 가른다: 결코 같을 수 없는 성인기 경로
높은 교육 수준 뒤에 가려진 불확실성은 남성과 여성에게 각기 다른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특히 군복무와 분가라는, 성별에 따라 나뉘는 거대한 분기점은 이들의 삶의 경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듭니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오병돈 뉴욕주립공과대학교 교수의 연구를 토론하며, 한국 청년의 성인기 이행 경로가 성별에 따라 뚜렷하게 나뉘는 현실을 지적했습니다. 남성의 경우, '군복무'라는 제도적 경험이 교육과 고용 선택을 지연시키고 삶의 전체적인 궤적을 재편하는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 됩니다.
반면 여성의 경우,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분가' 시점이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특히 분가는 가구 소득에 따라 극명하게 양극화되는 모습을 보입니다. 저소득층 여성은 생계를 위해 '조기 취업을 통한 책임적 독립'을 선택하는 반면, 부모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여성은 '독립을 지연'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처럼 성별과 경제적 배경이 만나 청년들의 삶은 결코 같을 수 없는 길로 나뉘고 있었습니다.
즉, 교육·고용·주거·병역이라는 네 가지 축이 만드는 이행 궤적은, 청년들이 체감하는 불안과 기회 격차의 구조적 근거이기도 합니다.
3. 한국 청년은 유독 경제활동을 안 한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었다
한국 15-24세 청년의 경제활동참가율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충격적일 정도로 낮습니다. 이는 청년 개인의 의지 부족이 아닌, 사회 전체가 풀어야 할 구조적 문제임을 드러냅니다.
정재현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의 토론문은 이 문제를 날카롭게 파고듭니다.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 청년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은 네덜란드, 아이슬란드, 스위스 등 노동 참여가 활발한 국가들은 물론, 이웃 나라 일본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수준입니다.
이 현상을 단순히 청년 개개인의 노력 부족이나 의지 박약으로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일찍부터 사회에 나와 경험을 쌓고 경제적으로 자립하기 어려운 구조적 장벽이 존재한다고 분석합니다. 한국의 경직된 교육 및 직업훈련 시스템, 대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 그리고 청년의 독립에 대한 사회적 인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의미입니다.
4. "서른 전에 죽고 싶어요": 교육만으론 해결할 수 없는 절망의 목소리
불안정한 노동과 낮은 처우에 내몰린 청년들의 목소리는 교육이나 훈련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깊은 절망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닌, 한국이 공통으로 마주한 고통스러운 현실입니다.
유민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스기타 마이 동경도립대 교수의 연구를 토론하며, 일본의 '논엘리트' 고졸 여성들이 겪는 불안정한 노동시장, 낮은 임금, 인권침해의 위험이 한국의 상황과 매우 닮아있다고 지적합니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삶은 청년들을 무기력의 늪으로 빠뜨리고 사회로부터 고립시킵니다. 일본의 한 청년이 인터뷰에서 남긴 말은 그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가능하면 30세가 되기 전에 죽고 싶다.
이것은 바다 건너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는 유민상 선임연구위원이 토론에서 언급한, “내일 눈을 뜨고 싶지 않다”던 한 한국 청년의 목소리와 고통스럽게 포개집니다. 이처럼 절망의 언어는 국경을 넘어 닮아있습니다. 유 선임연구위원은 이러한 문제가 단순히 교육이나 직업 훈련을 강화한다고 해결될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보장하고 사회보장제도를 확충하는 것, 즉 청년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교육 이전의 문제'이자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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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이제 우리는 누구에게 변화를 물어야 하는가
이번 한일 국제포럼은 우리가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던 청년 문제의 이면을 날카롭게 파고들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 뒤에 가려진 진로의 불투명성, 군대와 분가라는 성별에 따른 뚜렷한 경로 차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유독 낮은 경제활동참가율, 그리고 교육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불안정성이 낳은 절망의 목소리까지.
이 4가지 진실은 청년 문제가 더 이상 개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과제임을 명백히 보여줍니다. 이제 우리는 청년들에게 더 많은 노력을 요구하기 전에, 우리 사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할 때입니다.
과연 변화해야 할 대상이 청년 자신인가, 아니면 이들을 둘러싼 사회 구조와 노동시장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