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병에 효자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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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혈관 수술을 위해 병원에 입원했다.
그 짧은 2박 3일 동안
치매 환자에게 환경이 바뀐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온몸으로 느끼게 되었다.

환경이 바뀌니 엄마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 같았다.
당신 집이 있는지, 어디에 사는지
지금 이곳은 어디인지,
무엇 때문에 왔는지
아무것도 기억을 못 하셨다.

섬망 증상은 더 심해졌다.
예전에 '미아 찾는 전단'을 본 기억을 끄집어 내서
며칠 전에 옆집에서 얘를 잃어버렸다는 얘기를 자꾸 하신다.

몇 년 전에 돌아가신 고모 얘기도
마치 지금 살아계신 것처럼 얘기하신다.

병원에 왜 왔는지도 모르고
이곳이 병원인지도 모르신다.
돈 주고 자러 왔다는 말만 반복하신다.
짧은 병원 일정임에도 난 한계를 느꼈다.
일단 잠을 잘 수 없었다는 게 힘이 들었다.
그 외 몇 가지 사건을 나열해 보려고 한다.

#사건 1
수술 전날 수술을 위한 준비를 위해
엄마 팔에 굵은 주삿바늘을 꽂고 테이프로 감아 놓았다.
한밤중에 엄마는 그걸 뜯어버렸다.
이불은 온통 피범벅이 되었다.
그런데 엄마는 끝까지 저절로 빠졌다고 하신다.
이불을 더럽혔으니 돈 만원 주면 되겠냐고도 하신다.
이곳이 병원이 아니라 여관으로 생각하셨다.
다시 혈관을 잡아서 주삿바늘을 꽂고 나서는
또 바늘이 빠질지 모르니 자면 안 된다며
밤새 한숨도 안 주무셨다.

#사건 2
둘째 날,
입원해 있는 동안은 식사량, 소변량을 모두 체크해야 한다.
밤에 50분에서 한 시간 간격으로 소변을 보셨다.
잠이 들만하면 소변본다고 부르시고
겨우 잠이 들만하면 또 부르시고

생각으로 '힘들겠지' 하는 것과
실제 그 순간을 버티는 건 다르다.
정말 미칠 것 같았다.
결정적으로,
이동변기 위에 소변량을 체크하는 작은 미니 변기를 하나 더 올려놓는데
소변을 본 후 갑자기 그걸 들어 올리더니 바닥에 쏟았다.
그 순간,
나도 인간이라 이성을 잃어버렸다.
엄마 엉덩이를 두세 번 때렸다.
종이 기저귀를 차고 있어서 아플 일은 없었지만
엄마는 몹시 자존심 상해서
말도 안 하시고 삐져계셨다.

#사건 3
6인실 병실에는 화장실이 두 개 있다.
나는 머리도 감고 씻으려고 샤워실 있는 화장실에 들어갔다.
머리에 샴푸 중인데
엄마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얼마나 큰지 씻는 중에도 들리는 정도였다.
바로 나갈 수도 없는 상황인데
엄마는 계속 고래고래 소리를 치며 불러댔다.
주변 사람들한테 민폐 끼치는 것이 너무 미안했다.
엄마는 거칠고 난폭한 사람으로 변해있었다.
엄마는 정말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

단 2박 3일의 병원 생활에 난 지질대로 지쳤다.
솔직히 말하면,
만약 입원이 며칠이라도 더 길었다면 버티지 못했을 것 같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다.
요즘은 그 말이 남의 얘기 같지가 않았다.
지금 같은 날이 이어진다면
내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앞으로의 일은 더 생각하기도 싫다.
엄마 기력은 더 없어질 테고
치매는 더 심해질 것이다.
멀지 않은 시일안에 혈액 투석도 시작하게 될 것이다.
미래를 떠올리면 참으로 암담하다.

긴 병에 효자 없다 그 말이
오늘따라 더 깊게 와닿는다.
짧은 입원이었지만
내게는 참 버거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