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심연』 - 인간성의 가장 밑바닥을 상상해 보자 │6분 안에 듣는 고전문학 [6분 클래식]

Описание: 조지프 콘래드, 『어둠의 심연』

1857년 폴란드에서 태어난 작가 조지프 콘래드는 부모로부터 문학적 재능을 물려받았지만 이를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로 불우하고도 파란만장한 유년기를 살아갑니다. 여러 지역을 떠돌았고 몸도 약했으며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했던 그는 선원이 되기로 결심하고 선박 회사에 취직하는데요. 이십대 중반 영국 상선에 근무하면서 그제야 영어를 배우고 영국에 정착한 그는 이후 놀라운 재능으로 서른여덟부터 소설을 발표해 나갑니다. 그가 경험한 바다에서의 항해는 소설의 중요한 무대가 되는데요. 1899년에 발표한 『어둠의 심연』은 콘래드의 대표작이자 그를 위대한 문학사의 작가로 자리하게 만든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소설은 작가 자신의 콩고강 운항 경험이 반영되어 있고 실존 인물과 사건도 여럿 등장하고 있지만 실제 작품에서는 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습니다. 다만 아프리카로 추정되는 어떤 곳을 다녀온 ‘말로’가 한 선원 무리를 앉혀 두고 전설적 인물 ‘커츠’를 만났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을 따름입니다. ‘말로’는 수년 전 마치 작가인 콘래드 자신처럼 친척의 도움을 받아 아프리카 지역으로 향하는 배를 타게 됩니다. ‘말로’가 데려와야 할 ‘커츠’는 배가 점점 깊은 정글 속으로 향해 갈수록 정체를 드러내는데, 그는 매우 능력이 뛰어난 화술가이자 사업가이면서 그곳의 원주민들을 지배하고 억압하는 폭군이기도 합니다. ‘커츠’를 마주하기까지 ‘말로’는 거대한 강을 거슬러 오르면서 야만적이면서도 매혹적인, 문명의 반대편에 서 있는 풍광과 흑인들을 목격합니다. 그 어둠 속으로 끝없이 진입하면서 ‘말로’는 인간성의 가장 밑바닥을 상상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끝내 ‘커츠’를 만나 그가 목격한 “끔찍”한 모습은 세상에 대한 회의와 믿음, 욕망과 고통이 뒤섞인 “심연” 그 자체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커츠’의 죽음을 그럴듯하게 수리하는 역할까지 맡게 됩니다.
우선 이 소설은 문명 대 야만의 구도로 설정된 서구 고전의 계보에 위치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문명에 대한 비판적 시선은 오히려 문명이 야만일 수 있음을, 나아가 인간의 의식 끝자락에서 우리는 문명이나 야만으로 구분되지 않는다고 작가는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또한 『어둠의 심연』은 남성, 서구 중심적인 지배 서사의 전형으로 여겨지기도 하는데요. 이 소설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형식적 측면에 있기도 합니다. 그것은 대부분의 서술이 ‘말로’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인데요.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대한 강조가 군데군데 있기도 하고, ‘커츠’의 마지막 말 “끔찍하다, 끔찍해”를 듣고 “그에게는 할 말이 있었”다는 이유로 ‘말로’가 그를 “비범한 인물”로 평가하는 것도 이를 잘 보여줍니다. 결국 ‘커츠’의 약혼자에게 ‘말로’가 그의 마지막 말이 당신의 이름이었다는 거짓을 말하며 소설이 끝날 때, 콘래드가 전하고자 했던 인간성의 첫째 조건, 혹은 심연은 언어였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어쩌면 서로가 언어를 통해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인간의 비극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 소설은 영화 '지옥의 묵시록'(1979)의 원작이기도 한데요. 소설만큼이나 유명한 이 영화는 원작과 약간 내용이 다르기는 하지만 결국 묻고 있는 것이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특히 거대한 자연 앞에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어둠의 끝에서 우리는 어떤 모습을 발견하게 될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20세기로 접어드는 문턱에서 모더니즘 문학의 시대를 열어젖힌 콘래드의 작품을 흥미롭게 접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낭독 및 내레이션 │김성현, 장윤실 배우
평론 │노태훈 문학평론가
일러스트레이터 │이나헌 작가

『어둠의 심연』을 교보문고에서⬇
https://bit.ly/4aAn2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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