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의 만남) 최서림 시인 (서울과기대교수) (1-1편)- 나의 삶 나의 시
Автор: 문학TV - Silk road
Загружено: 2019-04-13
Просмотров: 1048
Описание:
청도장
-이서국 한복판으로 들어가는 입구
최서림
1
청도 사람에게 이서국은 세상을 보는 거울이다.
이 세상이 이서국의 안이고 밖이다.
2
이천 년 청도 사람 밥줄 이어온 장터 어귀
오동나무 밑 생선 파는 늙은 과부 장씨, 대대로
장터 살아온 어머니 닮아 새까맣고 기름기 빠진 얼굴에
자잘한 욕정과 좌절이 검버섯으로 박혀,
인생살이 모든 게 그저 목쉬는 흥정으로
그에게 세상은 절인 고등어다.
아비도 모르는 아이 지우고 기어 들어와
실밥처럼 풀어진 딸년 생각에
파장 때 남은 고등어로 잉어 한 마리 사
타박타박 낮은 고개 넘어오는
장씨는 더 작아 보였다.
서쪽 하늘은 감빛이고
감빛 노을 받으며 장씨 조상 이서국 늙은 수렵꾼,
값비싼 꽃사슴 가죽으로 어쩔 수 없이 바꾼 잉어 들고
솔개에 채인 수탉 되어 힘없이 낮은 고개 넘는다.
집에는, 작년 봄 빚값으로 중랑장에게 끌려갔다가
병들어 쫓겨온 임신한 딸, 기다리다 울며
감빛에 젖은 도라지 꺾는다.
도라지는 퍼런 눈물 흘리고.
수렵꾼에게 삶이란 힘들게 구입했다가
손쉽게 잃어버리는 화살촉이거나
자신도 아끼는 닳아빠진 곰가죽옷이다. 하지만 또
가마솥에 푹 고아낸, 쓸개를 터뜨리지 않고
짜내야 할 잉어이기도 하다.
3
잉어 고고 있는 솥 말없이 바라보며 장씨 딸,
납빛 얼굴 노을에 담그고 도라지 꺾는 손에
이서국 수렵꾼 딸 흘린 눈물 젖는다.
청도장서 어머니 따라 생선장사나 할 그녀, 지금
뼈까지 녹아 내린 이서국 잉어 즙 짜내고
중랑장(中郞將) : 삼한 시대 통치계급의 하나.
이서국 : 경북 청도 지방에 있던 고대 小國의 하나.
시집 『이서국으로 들어가다』 문학동네.1995
구멍
최서림
나는 원래 구멍 안에서 만들어졌다.
껌껌하고 긴 구멍 안에서 처음으로
아버지의 불씨를 이어받았다.
聖火 봉송하는 릴레이 선수처럼.
아늑하게 조여 주는 긴 터널을 뚫고 나와 드디어
거친 빛의 세계로 나왔다. 태초의 명령에 따라.
빛을 받아먹고 내 안의 불씨는
바람 센 땅의 삼나무모냥 자라 올랐다. 이글이글.
언젠가 나는 또 하나의 구멍으로 돌아가리라.
나의 불은 그 안에서 소멸되리라. 충직하게.
신화와 소문의 산실, 비밀스런 구멍은
내 몸이 드나드는 집이고
불이 제 길을 틀어 가는 통로이다.
나는 구멍으로 너를 사랑해왔다. 정직하게.
사랑은 불이다. 참말로
나의 불은 눈구멍, 귓구멍, 콧구멍, 입 구멍, 땀구멍
그리고 처음으로 내가 빚어진 구멍을 통해
네 안의 핵발전소로 흘러들어 간다. 법칙보다 더 고집스럽게.
불과 불이 얽혀서 핵처럼 터지는 사랑.
구멍 안에서 탄생하는 또 하나의 불씨 알.
또 하나의 눈물방울.
시집 『구멍』 세계사.2006
약력
▸1956년 경북 청도 출생
▸서울대 국문학과 및 동대학원 박사과정 졸업
▸1993년 『현대시』 등단 ▸대구대 교수 역임 및 현재 서울과기대 교수
▸시집 『이서국으로 들어가다』 『유토피아 없이 사는 법』 『세상의 가시를 더듬다』 『구멍』 『물금』 『버들치』 『시인의 재산』
▸비평집 『말의 혀』
▸학술저서 『한국현대시와 동양적 생명사상』 『한국적 서정의 본질 탐구』 『서정시의 이데올로기와 수사학』 『서정시와 미메시스』 『서정시의 언어와 이념』 등
▸편저 『시론』 『서정시의 본질과 근대성 비판』 『21세기 문학의 유기론적 대안』 『21세기 문학의 동양시학적 모색』 『조지훈』 등
Повторяем попытку...

Доступные форматы для скачивания:
Скачать видео
-
Информация по загрузк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