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조차 못 해 한 맺혀"...코로나19 유가족의 트라우마 / YTN

Описание: [앵커]
코로나19로 숨진 사람들의 유가족은 고인이 격리된 탓에 마지막을 함께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병원에 입원할 때부터 장례 때까지 제대로 된 애도의 기회조차 못 가지니 한이 맺히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요.

코로나19 유가족이 호소하는 트라우마, 이준엽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강지정 씨는 지난 2020년 12월, 요양병원에 모시던 어머니를 코로나19로 떠나보냈습니다.

'선 화장 후 장례' 원칙에 따라 유리 벽 너머로 관에 누운 어머니에게 마지막 인사를 해야 했습니다.

[강지정 / 코로나19 사망자 유족 : 그 잠깐이 저희 엄마 마지막이잖아요. 제가 뛰쳐나가서 진짜 관을 열고 확인을 하고 싶었어요. 저희 엄마가 혹시 저 안에서 살아 계셨는데 아 저기 뜨거운 저 불로 들어갔으면 어떻게 하지?]

코로나19 사태로 1년 가까이 면회도 하지 못하다 갑작스럽게 접한 확진 소식.

어머니가 어떤 상태인지조차 파악하기 어려워 무기력함을 느꼈습니다.

[강지정 / 코로나19 사망자 유족 : 1년 동안 자식도 못 봤는데 얼마나 버려졌다고 생각을 하고 돌아가셨겠어요. 저는 그 억울함을 어떻게든 호소를 하고 싶은데, 노인은 그렇게 죽어도 되는 거 아니잖아요.]

지난 연말 경북 안동병원에서 어머니를 떠나보낸 조백희 씨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돌아가시는 날까지 어머니 상태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전화에만 의지해야 했습니다.

[故 이순득 / 지난해 12월 13일 확진 다음 날 통화 : (몸은 어떤데?) 괜찮아요.]

[故 이순득 / 지난해 12월 18일 확진 7일 차 통화 : 목이 아프고 잠기고… (기침은 안 나고?) 기침도 나고.]

[故 이순득 / 지난해 12월 21일 숨지기 전날 통화 : (어떡해 엄마) 어… (밥은 먹었어?) 안 먹었어…. (맨날 누워 있지 말고 좀 앉아 있고) 그래.]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도 시신을 확인하지 못해 관이 뒤바뀔 뻔하기도 했습니다.

[조백희 / 코로나19 사망자 유가족 : (장례식장에서) 어디론가 전화하시더니 어? (지금 있는 관은) 어머님 아니시래. 꿈을 꾸게 되면 그런 꿈을 많이 꾸거든요. (장례를 치렀던 관이) 어머니가 아닌 듯한 느낌?]

코로나19 사망자 유가족은 트라우마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심리지원 대상입니다.

지자체가 관계 기관을 연결해줘야 하지만 업무 과중을 이유로 챙기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제 안내를 받은 경우는 10%에 불과합니다.

[심민영 /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 트라우마사업부장 : (감염병에 걸렸다는 낙인이 걱정돼서) 고통을 나누기보다는 회피하고 억압하고 이러면서 더 상처가 곪게 되는 거죠.]

임종도 장례도 방역수칙 아래 치러지다 보니 애도할 기회가 끊어져 버리고,

감염에 대한 낙인이 심해 어디든 피해를 호소하기도 어려워 상처가 깊어지기 쉽습니다.

[심민영 /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 트라우마사업부장 : 심리적인 안정감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물리적인 (재난의) 복구를 할 수가 없어요. 애도하는 과정, 심리적인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제일 첫걸음이 되는 건 아픔을 나누는 거거든요.]

코로나19 사태 3년 차, 감염돼 숨진 사람은 6,500명이 넘습니다.

장례 때조차 고인을 만날 수 없도록 막는 '선 화장 후 장례' 원칙은 올해 들어서야 폐지가 결정됐습니다.

YTN 이준엽입니다.




YTN 이준엽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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