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시대 공주 공부법 - 속삭임 없는 버전

Описание: 인어디블 사운드가 없는 버전을 요청하시는 분들이 많아,
해당 영상을 따로 제작하여 올립니다!

⭐ 음악 없이 듣기 44:05 ~
나비보벳따왕국의 아침, 서재를 거닐며 고민에 빠진 공주의 발소리, 결심한 듯 책상에 앉는 소리, 책상에 놓인 온갖 외교 서신의 사본들과 정치/군사/지리/재무 관련 문건을 살펴보고 익히는 공주, 창가에 흔들리는 풍경 소리, 어린 시절의 장난감들, 문 밖으로 들리는 시녀들의 발소리, 창밖의 분수대 소리...


이른 아침이 밝았다. 밤을 꼬박 새우고 만 것이다. 굳게 닫힌 문 너머로 시녀들의 발소리가 들렸으나,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하릴없이 서재 안을 거닐었다. 그러다 문득 책상 위에 놓인 반지가 다시 눈에 들어왔고, 나는 창밖으로 애써 시선을 돌렸다. 쏟아지는 햇살에 부신 눈이 절로 감겼다.

감은 눈앞에는 어제의 일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성년식을 앞두고 떨어진 날벼락이었다. 적국의 왕자가 직접 궁을 찾을 방문했고, 공식적으로 내게 청혼을 해 왔으며, 심지어 그는 이미 왕자비를 두 번이나 폐위시킨 자였다. 그가 내 앞에 무릎을 꿇었을 때는 이미 많은 것이 약속된 상태였다. 우호 국가로의 관계 회복과 무역 활성화, 주변 강대국에 대해 연맹을 선포하고 군사력을 상호 지원한다. 공주인 나는 해당 국가의 왕자비이자 왕비가 될 것이며, 모든 권능과 권세를 누린다. 이 대목에서 숙부의 입꼬리가 실룩대는 것을, 나는 분명히 보았다.

그리고 어젯밤. 폐하, 아니 아버지의 집무실에서 나는 애써 담담한 척하며 물었다. 어떤 선택이 옳은 것인지, 다른 도리는 없는 것인지. 긴 침묵이 이어졌다. 그리고, 아버지는 단 두 마디를 남기고 집무실을 나섰다. 그 후로 나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결단은 나의 몫이었다. 타국의 왕비로 남느냐, 아니면...

'우리 나비보벳따왕국엔 여왕 제도가 존재한단다.
너를 증명해 보이거라.'

나는 반지를 꺼내 창밖의 분수대로 던져버리곤, 책상에 앉았다.








*관련 문의가 많아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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